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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Music

이찬우 - 시간이 흐르고 [ 듣기. 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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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치장이 없는 것 같지만 자신감 있는 인트로 편곡과 허스키하고 안정된 중저음에 다소 놀랐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이런 보컬 톤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가 됐나 보다. 그리고 음악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군더더기 없는 인트로로 편곡한 걸 보면 꽤 음악적 소신이 있는 경력 뮤지션인가보다...' 하는 흐뭇함이 들었다.

그런데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겨우(?) 17세의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에 두 번째로 놀라게 되었고, 이 곡이 이 17세 소년의 자작곡이며 곡의 편곡뿐만 아니라 직접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했다는 사실에 세 번째로 놀라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다소 성급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한국의 존 메이어!'라고 소개하고 싶다.




2.
고 신해철이 영국에서 녹음하고 유학하던 시절,
한국 라디오방송에 잠깐 출연해 영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음악 환경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장탄식을 했던 시절이 기억난다.
영국의 앞선 음악 환경, 아이들 장난감이나 컴퓨터 게임으로도 개발되어 있는 편곡 프로그램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음악의 불모지 출신 아티스트가 촌사람처럼 영국음악 체험기를 전하던 흥분된 목소리가 지금도 생각난다. 그것이 벌써 어언 20년 전...

영미 음악계나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도 최소 20-30년, 많게는 50년까지 뒤쳐져 있다는 열등감 속에 음악의 길을 개척했던 선배들이 닦아 놓은 기초 위에, 요즘 어리고 재능있는 뮤지션들이 한결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으로, 때로는 음악적인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으로 자신들의 음악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감동하고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까지 들게 된다.

3.
이찬우의 생애 첫 음원 "시간이 흐르고"는 생애 첫 음원이라고 하기에는 그 만듦새가 꽤 프로페셔널하다.
보컬에 묻어나는 수줍음과 가사에 미처 다 표현되지 못한 소년의 여린 마음을 제외하고는 여느 프로 뮤지션의 음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허세나 과장이 없고, 자신의 음악적 소신을 소박하지만 세련되게 표현해냈다.

이것이 데뷔 음원이라면 앞으로 음악적으로나 내면적으로 무르익으며 나올 음악들은 얼마나 더 속이 꽉 차 있을 지 내심 기대되는 아티스트이다.


나의 하늘에 그늘이 지고 
너의 그림자도 
서서히 희미해지네
나의 마음속에 
찬바람이 불어오고 
함께한 기억들이 
저 멀리 흩어져버리네
네가 떠올라 왜 
나를 자꾸 괴롭히는지
너란 파도가 부딪혀 
내 마음속에서 
부서져만 가는데
한 줄기 빛마저 사라져
어둠이 다가와 
나를 감싸오네
너의 마음속에 
내가 있었을까
함께한 시간들이
모두 공허해졌었지
네가 떠올라 왜
내 맘을 자꾸 흔드는 건지
너란 파도가 부딪혀
내 마음속에서 
부서져만 가는데
한 줄기 빛마저 사라져
어둠이 다가와 
나를 감싸오네
너의 추억들이 
나를 조여와 숨이 막히네
나를 붙잡고 있던
널 기억 속에 묻어둬야 해
시간이 흐르고 
나의 마음에 있던
너의 기억들이
서서히 무뎌져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