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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Music

리플렉스 - 까맣게 [ 듣기. 가사. On St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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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을 바라본다. 오묘하다. 왼쪽은 푸른색, 오른쪽은 붉은색. 양쪽 눈의 색이 다른 '오드 아이(Odd-Eye)'. 무척, 아주, 매우, 정말 특이하다. 하지만 어색하진 않다. 각각의 고유한 색은 혼자만으로도 아름답고, 또 함께 있으면 서로 어울려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오드 아이'는 그 흔치 않은 희소성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음악계에도 그런 스타일이 있다. 실제로 '오드 아이'를 가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부드러움과 강함, 무거움과 가벼움, 느림과 빠름 등 양 극단의 매력을 모두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음악이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이런 형태는 많지 않다. 두 가지 색의 균형을 맞추는 건 말처럼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 오늘의 주인공 리플렉스(Reflex)는 두 개의 색을 섞어 독특하고도 중독성 있는 색을 만들어 낸다. 마치 '오드 아이'를 가진 것처럼.

'듀란듀란?'. 몇 년 전, 리플렉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그 단어의 의미보다는 영국 밴드 듀란듀란(Duran Duran)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The reflex'라는 곡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플렉스도 듀란듀란처럼 시원한 뉴웨이브 스타일이길 기대하면서 음악을 처음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시원한 맛은 비슷했지만, 음악의 결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리플렉스는 듀란듀란과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매력을 하나로 뭉쳐서 공존시키는 특이한 밴드였기 때문이다. 보컬의 목소리와 멜로디에는 섬세한 감성이, 사운드에는 강렬한 힘이 가득 한 이종교배 밴드. 그것이 리플렉스의 본 모습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밴드명을 리플렉스로 정한 것은 듀란듀란과 관련이 있긴 하다. 팀명을 정할 때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곡들을 랜덤으로 돌려서 처음 나온 곡으로 정하기로 했는데, 그 곡이 듀란듀란의 'The Reflex'였다고 한다. 이것 또한 그들답다.)




리플렉스의 음악은 펑크/하드코어 사운드에 감성적인 멜로디가 더해진 장르인 이모코어(Emocore)에 가깝다. 하지만 보컬의 특성만 놓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리플렉스의 보컬(조규현)은 발성은 물론이고, 발음에 있어서도 기존의 비슷한 성향의 밴드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강하게 말하자면, 이런 음악에 맞지 않는 목소리다. 가는 톤으로 발음을 뭉개면서 굴리는 창법은 록보다는 R&B에 더 어울리며, 기본적으로 강력한 록 사운드를 뚫고 나올 힘이 없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플렉스의 음악은 이런 생각을 순식간에 바보 같은 편견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무리 강한 사운드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그냥' 자연스럽게 뚫고 나온다.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다. 온스테이지 무대의 첫 곡 '까맣게'를 들어보라. 어떤 악기보다 선명하고도 감성적인 그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리플렉스는 강렬함과 섬세함이라는 전혀 다른 형질을 하나로 합쳐내는 이종교배(異種交配) 음악을 하는 밴드다. 그럼에도 원래부터 하나인 듯 자연스럽다. '균형감'도 절묘하다. 이런 것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다. 수없는 연습을 통해서 서로의 소리를 간섭하지 않는 절충점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리플렉스는 연습하듯 무대에 올라 실전에서 체화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경연대회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것 아니겠는가? 특히, '불'같은 곡에서 그런 장점은 더욱 발휘된다. 두 대의 기타, 베이스, 드럼의 합만으로 트랜디한 스타일을 잘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그 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마치 후바스탱크(Hoobastank)의 'Same Direction' 같은 폭발적인 질주 본능을 보여준다. 결국, 리플렉스는 탁월한 연주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이번 무대로도 확실히 증명해내고 있다.

리플렉스는 오드 아이처럼 한 몸에 서정성과 공격성이라는 두 가지 색을 훌륭히 공존시킨다. 균형을 잃지도 않는다. '소년'의 무대를 보면, 이들이 미국 밴드 크리드(Creed)처럼 선 굵은 멜로디로 대중성도 놓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리플렉스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기타(홍석원) 연주인데, 정통과 하이브리드 스타일을 유연하게 넘나들면서 음악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는 면이 특히 눈에 띈다. 음악을 많이 접하면서 다양한 연구를 하는 티가 난다. 물론, 기타가 이렇게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날렵한 베이스(변형우)와 드럼(신동연)의 정확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개성을 하나로 완성시키는 감성 보컬(조규현)의 존재감은 더욱 특별하다. 그렇기에 더 기대된다. 리플렉스가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빛깔의 음악들이 어떤 모습일지 말이다. 


잠들 수가 없는 밤은 
내게 자꾸 니 얼굴을 그리게 해 
날 아프게 했던 지난날도 다 잊게 해 
니가 떠나가던 날이 
상처로 남아 나를 누를 때 
니가 아프게 한 말이 날 찢을 때 
이제 네 손을 들어 
내가 널 볼 수 있게 
너를 그릴 수 있게 니 얼굴을 
더 까맣게 더 까맣게 
더 까맣게 널 그리려 해 

잠들 수가 없는 
밤은 내게 자꾸 
니 얼굴을 그리게 해 
날 아프게 했던 
지난날도 다 잊게 해 
니가 떠나가던 날이 
상처로 남아 나를 누를 때 
니가 아프게 한 말이 날 찢을 때 
이제 네 손을 들어
내가 널 볼 수 있게 
너를 그릴 수 있게 니 얼굴을 
더 까맣게 더 까맣게 
더 까맣게 널 그리려 해 

Because I’m not ok, I’m not ok
I’m not ok, I’m not ok, I’m not ok 

이제 네 손을 들어
내가 널 볼 수 있게 
너를 그릴 수 있게 니 얼굴을
더 까맣게 더 까맣게 
더 까맣게 널 그리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