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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Music

도마 - 오래된 소설을 몸으로 읽는다 [ 듣기. 가사. 라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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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를 떠올리면 그의 웃음소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콧잔등을 살짝 올리며 높고 빠른 톤으로 하하하, 하지만 신경을 거스르기 보다는 오히려 함께 있는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어주는 웃음. 누군가의 음악에 대해 쓰며 음악가 본인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을 언급하는 것은 조금 반칙 같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도마의 음악이 사적인 개인으로서의 도마와 너무나도 닮아있는 까닭에서다. 복잡한 세상에서, 자연스럽고 기분 좋은 웃음을 들려주는 사람을 만나긴 의외로 어렵다. 도마의 웃음에는 티 없이 맑은 기쁨과 즐거움이 담뿍 베어 난다. 그리고 그 총명한 기운이 음악에서도 고스란히 발현된다. 도마의 음악은 자연스럽다.

기쁨의 감정 만으로 앨범이 채워진 것은 아니다. 귀에 가장 쉽사리 들어오는 멜로디는 아무래도 경쾌한 풍의 것들이지만, 앨범에는 꼭 그만큼의 슬프거나 복잡미묘한 감정을 노래하는 곡들 역시 존재한다. 그것은 도마가 첫 앨범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감정이 무언가에 대한 ‘바람’에 가깝기 때문이다. 앨범의 첫 번째 노래이며 가장 밝은 곡 중 하나인 “Is This Love”와 두 번째 노래이자 가장 외롭게 들리는 “너무 좋아” 사이에는 정서적으로 큰 거리감이 존재하지만, 두 곡에서 도마는 공통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무엇들에 대해 “너무 좋아”라 노래한다. 이어지는 “초록빛 바다”와 “소녀와 화분”에서도 도마는 인간의 어떤 바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바람’이라는 테마에 대한 각자 다른 입장에서의 해석처럼 들리기도 한다. 본디 무언가를 바랄 때의 감정이란 한편으론 기쁘거나 설레면서도, 때로는 외롭고 슬프기도 한 법이다.




중반 이후에 수록된 “고래가 보았다고 합니다”와 “섬집아기”, 그리고 “황제펭귄이 겨울을 나는 법” 같은 노래들에선 흔히들 ‘동화적 상상력’이라 부를 법한 감성이 도마의 음악에 녹아들며 다시 한 번의 변주가 이루어진다.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비롯된 바람에 집중하고 있는 초반의 음악들이 동화적인 스토리텔링과 만나 깊고 넓어지는 광경. 다르게 말하자면, 그것은 자신의 세계관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 보여주고 있단 이야기기도 하다. 특히 도마의 이야기에선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자신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다루고 그려내는 방식은 도마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방식에 대한 해석은 듣는 사람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이다.)

도마의 첫 앨범을 빛나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프로듀싱이다. 도마의 앨범을 듣다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음악들에 비해 지극히 차분하고 과장되지 않은 소리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앨범을 지금 우리가 듣는 결과물보다 더욱 화려하게 만들 방법은 많고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마와 이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인 씨티알싸운드의 이은철, 황현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도마의 원래 목소리와 도마의 또 한 명의 멤버 거누가 내는 소리를 잘 담아내고 이를 투명하게 드러냈다. 섬세한 어레인지와 간결한 리듬이 생기 있게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덕분에 도마는 과장된 화사함 대신 소박하고 올곧은 바람이 자연스럽게 담긴 첫 번째 앨범을 얻었으며, 씨티알싸운드는 역시 차분한 사운드로 말끔한 포크 팝을 선보인 싱어송라이터 곽푸른하늘의 [어제의 소설]에 이어 다시 한 번 아름다운 작업을 선보이게 되었다. (황현우 씨디알싸운드 대표를 필두로 여러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서로의 작업을 돕고 지원하는 씨디알싸운드의 다음 주자는 이은철과 ‘5년 째 앨범을 준비 중인’ 안홍근이 될 전망이며 곧 시집도 발매하며 사업확장에 전력할 방침이라는 후문.)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붓을 들고 자신의 색으로 세계를 온전히 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비로소 음악가라 부른다. 단촐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로 남과 다른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는 젊은 음악가, 도마의 음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 단편선


오래된 소설을 몸으로 읽는다
문장과 문장 사이 뛰노는 조랑말 잡으러
이 밤에 어딜 간단 건가요
이 밤에 어딜 간단 건가요

바다를 걷고 타는 모닥불 앞에서
내가 챙겨온 비옷과 거짓말

오래된 소설을 몸으로 읽는다
문장과 문장 사이 뛰노는 조랑말 잡으러
이 밤에 어딜 간단 건가요
이 밤에 어딜 간단 건가요

바다를 걷고 타는 모닥불 앞에서
내가 챙겨온 비옷과 거짓말
바다를 걷고 타는 모닥불 앞에서
내가 챙겨온 비옷과 거짓말

우린 같은 선 위에서 뛰거나 걷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