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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Music

안녕하신가영 - 인공위성 [ 듣기. 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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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영 단편집 [인공위성]

초인종이 울렸다. 까만 밤, 찾아올 사람이라곤 없는 집이었다. 얕은 잠을 찢고 들어온 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떠도 앞이 보이지 않아 방금 들린 소리가 꿈결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몸살 기운에 먹은 약이 이제야 도는지 어지럽다. 이마를 짚었다. 식은땀이 조금 났고, 아직 열은 내리지 않았다. 그 때 초인종이 다시 한 번 울렸다. 내 숨소리만 남은 방에 다시 한 번 종소리가 채워졌다. 아마도 너일 것이다. 희망같은 확신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떠올랐다.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 속에서 하나의 흉측한 쇳덩이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곳은 까만 밤이었고 나는 섬뜩하도록 차가운 온 몸을 절그덕거리며 뜨겁고 빠르게 돌고 있었다. 어지럽고, 어지럽다.

저기 멀리 네가 보인다. 나의 세계의 중심, 눈부시게 푸르렀던 네가.

너를 따라 움직이는 내가 있다. 너는 일정한 속도로 멀어져간다. 아무리 외쳐 불러도 공기가 없는 이곳에서 내 목소리는 네게 닿지 않는다. 나는 입만 벙긋거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뱉은 말들은 중력을 받지 못하고 흩어졌다. 하지만 기억들은 곧잘 따라왔다. 다른 세상사람 같았던 너를 처음 만난 그 날, 참을 수 없어 서로를 뜨겁게 안았던 날, 너의 차가운 말에 주저 앉아버렸던 날. 우리의 날들은 무성했고, 길게 이어져 궤도를 그렸다.

그 계절, 우리는 계절을 앞서가고 있었다.
따스했던 봄날보다 더 뜨거웠던 우리가 있었다. 


* 두번째 단락의 첫 문장은 프란츠 카프카 ‘변신’을 오마쥬하였음을 밝힙니다.                       출처 : 네이버 뮤직


우릴 기억할 수 있도록
나는 이렇게 만들어졌지만
너와 함께 했던 추억을 보며
어두운 멈춘 시간 속을 맴돌고 있어

우리를 멀어지게 했던
수많은 중력들에
내가 널 놓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린

멀리 있어도 너를 볼 수가 있어
표면을 느낄 수 있어
난 너를 느낄 수 있어
너라는 궤도를 돌며 
너만을 지켜줄게
유난히 무성한 별을 바라볼 때면
널 느낄 수 있어

bye, bye
일정한 속도로 멀어져 가는
같은 표정의 푸른 네가 보인다
bye, bye
뜨겁고 빠르게 잊혀져 가는
슬픈 표정의 나를 본 것 같다
bye, bye
따스한 봄날에 사라져 가는
뜨거운 여름같은 우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