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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Music

장필순 - 사랑, 아무것도 아닌 얘기 [ 듣기. 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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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순 소길5화, 사랑 아무것도 아닌 얘기

조용한 마을 소길리에서 엽서가 온다. 
장황하지도 유별나지도 않다. 
지는 꽃잎, 나무로 만든 지붕, 어떤 계절의 바람 같은, 손바닥만한 이야기이다. 

어떤 바람에 문득 고개를 들어 알 수 없는 곳으로 시선을 던지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장면이 마음 속에 박히는 그런 순간이 사진에 찍혀 있는 엽서 같다. 

소길의 이야기는 그렇게 5편째 계속되고 있는 장필순의 싱글 프로젝트이다. 
5번째 도착한 엽서는 사랑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다.




기타도 아니고 우쿨렐레도 아닌, 금속성의 묘하게 복고적인 음색의 도입부는 만돌린이 연주한다. 
수많은 사랑의 아리아를 연주했던 역사 깊은 바로 그 악기다. 

내세울 것 없는 심심한 사랑 이야기도 회고의 순간은 언제나 드라마의 시작이다. 
중세의 시인들처럼 장황할 것은 없지만, 
그 음색만으로도 소환해내고 마는 아련하고 달콤한 향기가 있다. 

그러나 ‘사랑, 아무 것도 아닌 얘기/제법 멋지게 오르던 추락’을 
이야기하는 바로 그 순간 색채가 전환된다. 
행진곡처럼 팡파레를 울리며 상승하는 한 편 
전자음들이 만들어내는 파열되는 배경은 가사처럼, 추락을 종용한다. 

상승과 추락이 함께 하는 바로 그 지점에 모든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가사 뿐 아니라 멜로디, 음색, 리듬이 만들어내는 전경과 배경으로 완전히 그려낸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무심한 듯 담백한 장필순의 음색은 
층으로 쌓인 그 자신의 코러스와 함께 그 또한 하나의 악기가 되어 
완전히 전체 소리에 섞여 들어가 한 몸이 된다. 

‘처음의 나/시시한 나로 돌아오’는 순간이지만 
가장 거룩한 역사적 순간처럼 멋진 섬광을 만들어낸다. 
무방비 상태에서 매혹된다. 

5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가사를 썼던 조동희가 다시 한 번 가사를 썼다. 
숲으로 간 조동익의 곡은 숲이 아닌 본질로 들어간 것 같다. 
고대와 현대가 대화하는 듯한, 아주 본질적인 실험이 조용히 끓고 있는 곡을 썼다. 

장필순은 노래를 부른다는 표현 보다 
세심하게 가장 적절한 표현을 골라 가사를 음성으로 연주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음악으로는 결코 ‘중년’이 되지 않은 이들의 ‘아무것도 아닌 얘기’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2016년08월 기린그림


늘 같은 전철을 타고 
같은 계단을 올라
그림자만이 유일한 친구
작은 주머니에 
거칠어진 두 손과
한숨 섞인 혼잣말

좀 웃어 보려고 해도 
자꾸 찌푸려지는
내 얼굴 위엔 흐릿한 달빛
얼룩져진 시간 
시소 같은 인생은 
오르고 또 내리네

사랑 아무것도 아닌 얘기
제법 멋지게 오르던 추락

채 못한 이야기는
내 숨에 녹아들고
또 처음의 나로 돌아오네
또 시시한 나로 돌아오네
계절처럼

빈 잔에 차를 따르네 
손이 따뜻해 오네
흥얼거리는 늘 같은 노래
연둣빛 나무에 
하얀 꽃이 피었네
내가 아픈 사이에

사랑 아무것도 아닌 얘기
작은 모래로 만들어진 성

채 못한 이야기는
내 숨에 녹아들고
또 처음의 나로 돌아오네
또 시시한 나로 돌아오네
시간을 타고 흘러가네
지나면 별거 아닌 얘기
또 처음의 나로 돌아오네
계절처럼